오늘의 발견
공간이 주는 위대함
1박2일동안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가방은 작은 책상 앞에 두었고, 이불은 창을 바라보고 누울 수 있게 깔아두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원하는대로 배치하고 행동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자그마한 창밖에 저항없이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내 취향과 감정이 담긴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시간 체험과 기억의 역설
벌써 6월 중순이다. 2025년도 전반부를 소진해 간다. 뭘 했나.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장면들을 머릿속에 재상영하며 감상하는 것도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우리는 시간을 달력이나 시계의 숫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간, 주관적 시간은 그것과 다르다. 우리는 시간을 산술적으로 체험하지 않는다. 균일하게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닭의 날개
조류는 생물 종 중에서도 특이하다. 그래서 늘 관심이 간다. 인류가 같은 동물임에도 포유류이다 보니 일찌감치 하늘을 주요 생활 공간으로 확보하고 삶을 이어온 새들이 기특하고 신통할 밖에. 육상 동물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땅을 차지할까 다투며 군비 경쟁을 벌이는 동안 고개를 들어 창공으로 눈을 돌려 살 길을 찾은 것 아닌가. 인간은 끝내 날것들을 만...
스마트폰과 스튜피드 피플
스마트폰의 AI는 사람들이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더 smart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smart한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용하면 할수록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점점 stupid해질 것이다. (그래도 저마다 자신은 다르다고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집단적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는데도....
가상현실과 현실
사람이 서 있던 자리가 키오스크로, 사람을 응대하던 사람이 챗봇으로 바뀌어 간다. 노포가 사라지고 명장이 사라지듯, 어딜 가나 믿고 맡길 만한 경험 많은 사람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AI는 더 빠르게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대체해 갈 기세다. 대규모 기계 학습으로 무장한 AI에 밀려 사람이 현장에서 배우고 익힐 자리는 없어진다. 이대로라면 어느 분야...
깨진 틈새로 빛이 들어온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있다. 무모한 도전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완고한 현실 앞에서 남들은 영리하게 뒤돌아 설 때 무슨 생각에선지 저 혼자서도 그 벽을 향해 돌진해서 부딪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계란이 내 가슴을 치기라도 한 듯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다. 그 기백은 높이 사도 연민을 넘어 칭찬과 동조에까지 이르기는 어려워 보였다....
진라면 약간매운맛
눈을 뜬 것은 8시 30분의 일이었다. 마치 감기에 걸리기 전날 밤 목처럼 마음 한켠이 까슬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우울함이 밀려왔다. 원인은 자명했다. 이것들은 잘못된 선택, 특히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에서 온 것이다. '과거의 모든 사건은 가치중립적', '돌아가더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과 같은 주문들을 되뇌어보았지만, 감기 첫날 마...
기록
같이 지냈지만 혼자 있을 수 있었고, 거리감은 있었지만 소외되지는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불도 달도 보고, 풀잎 스치는 소리도 들으며 1층 강당에서 창밖을 오래 봤습니다. 계절마다 그 자리에 다시 앉아서 그렇게 시절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의 추도사를 읽을 때까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