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휘고 꺾인 나무를 보며 (ver. 0.5)
숲의 나무는 같은 게 없다. 정말이지 다 다르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그림에서 보거나 흔히 머릿속에 떠올리는 나무는 거의 없다. 우선 반듯하지 않다. 거의가 굽어 있고 휘어 있다. 그 굽어짐이나 휨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다. 어떤 나무는 위가 아니라 비스듬히 옆으로 자라고, 어떤 나무는 가지가 직각에 가깝도록 꺾여 자라는 것도 있다. 대체 왜 그...
대화의 깊이란 게 뭔가요
1할 수 있으면서 더 잘할 수 있는데 넘겨줘 버리고 의지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제대로 못 하게 되고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의지하는 것밖에 없게 된다. 서로 그럴 기회도 의지도 사라지면서 빠르게 잃어가는 것이 다른 사람과 깊이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들 스크린과 마주하는 시간은 길어져 가는데 사람과의 말수는 짧고 얕고 희박해져 간다. ...
첫 대련 후에 알게 된 것들
4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검도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호구(보호구)가 도착한 날이다. 검도는 호구를 쓰기 전엔 혼자 타격대를 치면서 연습하고, 호구를 쓴 뒤에는 상대와 공격과 방어를 차례로 주고받는 대련을 통해 수련한다. 그동안 다른 사범님들의 치열한 대련을 보며 언젠가 나도 대련을 하겠구나 동경해 왔지만, 실제로 호구를 입고 대련을 할 생각을...
보랏빛 머리
2"머리색이 또 바뀌셨네요?" "아, 그렇게 됐어요. 이번 샴푸 색이 특이해서..." "저는 염색하신 줄 알았는데요..." "아유, 염색한 게 아니라... 저는 눈이 안 좋아서 염색을 못해요. 친구가 샴푸를 권해줘서 그걸로 감아봤는데 이렇게 색이 나왔네요." 하얗게 센 머리 양쪽이 밝은 보랏빛으로 은은하게 물들어 있다. 보기에 나쁘지 않다. 지난번에는 ...
행선지가 같은 사람들
1최근에 생긴 독서 모임은 이름이 동그라미다. 좋은 것은 동그란 원처럼 순환한다. 주면 반드시 돌아온다. 책 '선물'의 모토다. 횟수로는 다섯 번째, 단위로는 세 번째 첫 모임이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중에 누군가가 공주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북클럽 오리진 회원을 만났다고 했다. 듣고 보니 1주년을 맞은 공주의 틈싹 이야기였다. 공주에...
공간이 주는 위대함
11박2일동안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가방은 작은 책상 앞에 두었고, 이불은 창을 바라보고 누울 수 있게 깔아두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원하는대로 배치하고 행동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자그마한 창밖에 저항없이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내 취향과 감정이 담긴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시간 체험과 기억의 역설
5벌써 6월 중순이다. 2025년도 전반부를 소진해 간다. 뭘 했나.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장면들을 머릿속에 재상영하며 감상하는 것도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우리는 시간을 달력이나 시계의 숫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간, 주관적 시간은 그것과 다르다. 우리는 시간을 산술적으로 체험하지 않는다. 균일하게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닭의 날개
조류는 생물 종 중에서도 특이하다. 그래서 늘 관심이 간다. 인류가 같은 동물임에도 포유류이다 보니 일찌감치 하늘을 주요 생활 공간으로 확보하고 삶을 이어온 새들이 기특하고 신통할 밖에. 육상 동물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땅을 차지할까 다투며 군비 경쟁을 벌이는 동안 고개를 들어 창공으로 눈을 돌려 살 길을 찾은 것 아닌가. 인간은 끝내 날것들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