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동백꽃 환한 아침
#면피성 예의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의례적인 인사인데도 어떤 사람의 그것은 허투루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은 경우가 있다. 어린 아이가 처음 보는 어른에게도 깍듯이 배꼽 인사를 하는 걸 봤을 때 부모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는 때가 있지만, 다 큰 어른이, 그것도 나보다 연배가 (적어도 그렇게) 낮아 보이지도 않는 성인이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모호하고도 분명한 단상
유명한 폐가의 벽 한 켠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싶다. 몇 년 전 쯤, 한참 ‘심야괴담회’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인기를 막 끌던 때에 소개 된, 어느 사연 속 배경이 된 폐가이다. 나는 무료할 때 이 방송을 라디오처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여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동안 공포를 느끼리라는 기...
모든 것이 끝이 날 때 끝이 나는 것
체력단련장에서 두 어르신이 대화를 한다. 두 분은 구면이다. 이곳에서 오가며 알게 된 사이인 모양이다. 조금 더 연배가 있어 보이는 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당신 몇 년생이지?" 잠시 뜸을 들이나 싶더니 답을 한다. "53년생." "나보다 세 살 밑이네." 두 분 다 칠순이라는 말 아닌가. 듣고 있던 내가 맘속으로 화들짝 놀란다. 그 정도...
인내
아침 산책을 갔다 와서 속옷을 갈아입는데 문득 오른쪽 좌골이 아무렇지도 않다. 오랜 상처가 완치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봐도 조금도 무리가 없다. 코로나 전이었는데, 예매했던 고속버스 차 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해 놓치지 않으려고 급발진해서 뛰다가 넘어져서 다친 후로 계속 이상 증세가 있었던 부위다. 처음엔 한동안 물리 치료도 받...
졸려하는 친구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며칠 째 친구가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업무 시간 중 연락을 보낸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 오후 두 세시 사이에 어김없이 ‘졸리다’ 고 세글자가 메신저에 뜬다. 적응기간이라 바쁘지도 않고 노곤하니 그런 것일 테다. 예전 같으면 ‘저런’ 하고 건조한 단답을 보내거나, 애시당초 아주 늦게 확인을 했을텐데, 요즘엔 괜히 장난기가 생겨서 ‘잠깨게 노래 불러줄게...
참새를 묻다
최근 동네 천변을 따라 유리 난간이 설치되었다. 천변풍경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것 같다. 한 주 사이 비슷한 지점에서 죽은 참새를 벌써 세 명(命)째 발견했다. 나란히 죽어있던 두 참새를 묻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참새를 발견했다. 참새를 가만히 들어 손바닥에 올렸는데 너무나 가벼웠다. 무...
프란투말리아
글은 거울이다. 생각을 밖으로 꺼내 놓고 봐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 더 또렷이 보인다. 거울의 기능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글은 정직하고 선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버찌 책방에 '별이'라는 개가 있다. 그 녀석이 처음 대면한 이후부터 줄곧 만날 때마다 바라보는 눈빛이 마음을 사로잡는 데가 있다. 정말 진심을 담은 눈길이다. 주의는 애...
함께 보고 싶은 것들
친구가 SNS에 출근길 사진을 올려두었습니다. 누가 올린 사진인지 아는 것이 이 사진의 의미를 더해주더군요. 제가 말하려는 이 친구는 보통 '나만 보기는 아까우니 모두와 같이 보고싶다'는 의미에서 사진을 SNS에 올려두곤 합니다. 그것을 아는 채로 눈 쌓였던 출근길 사진을 보자니 애정이 샘솟습니다. 이 녀석 출근하는 길에 마저 모두와 함께 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