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보랏빛 머리
"머리색이 또 바뀌셨네요?" "아, 그렇게 됐어요. 이번 샴푸 색이 특이해서..." "저는 염색하신 줄 알았는데요..." "아유, 염색한 게 아니라... 저는 눈이 안 좋아서 염색을 못해요. 친구가 샴푸를 권해줘서 그걸로 감아봤는데 이렇게 색이 나왔네요." 하얗게 센 머리 양쪽이 밝은 보랏빛으로 은은하게 물들어 있다. 보기에 나쁘지 않다. 지난번에는 ...
행선지가 같은 사람들
최근에 생긴 독서 모임은 이름이 동그라미다. 좋은 것은 동그란 원처럼 순환한다. 주면 반드시 돌아온다. 책 '선물'의 모토다. 횟수로는 다섯 번째, 단위로는 세 번째 첫 모임이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중에 누군가가 공주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북클럽 오리진 회원을 만났다고 했다. 듣고 보니 1주년을 맞은 공주의 틈싹 이야기였다. 공주에...
공간이 주는 위대함
1박2일동안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가방은 작은 책상 앞에 두었고, 이불은 창을 바라보고 누울 수 있게 깔아두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원하는대로 배치하고 행동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자그마한 창밖에 저항없이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내 취향과 감정이 담긴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시간 체험과 기억의 역설
벌써 6월 중순이다. 2025년도 전반부를 소진해 간다. 뭘 했나.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장면들을 머릿속에 재상영하며 감상하는 것도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우리는 시간을 달력이나 시계의 숫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간, 주관적 시간은 그것과 다르다. 우리는 시간을 산술적으로 체험하지 않는다. 균일하게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닭의 날개
조류는 생물 종 중에서도 특이하다. 그래서 늘 관심이 간다. 인류가 같은 동물임에도 포유류이다 보니 일찌감치 하늘을 주요 생활 공간으로 확보하고 삶을 이어온 새들이 기특하고 신통할 밖에. 육상 동물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땅을 차지할까 다투며 군비 경쟁을 벌이는 동안 고개를 들어 창공으로 눈을 돌려 살 길을 찾은 것 아닌가. 인간은 끝내 날것들을 만...
스마트폰과 스튜피드 피플
스마트폰의 AI는 사람들이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더 smart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smart한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용하면 할수록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점점 stupid해질 것이다. (그래도 저마다 자신은 다르다고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집단적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는데도....
가상현실과 현실
사람이 서 있던 자리가 키오스크로, 사람을 응대하던 사람이 챗봇으로 바뀌어 간다. 노포가 사라지고 명장이 사라지듯, 어딜 가나 믿고 맡길 만한 경험 많은 사람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AI는 더 빠르게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대체해 갈 기세다. 대규모 기계 학습으로 무장한 AI에 밀려 사람이 현장에서 배우고 익힐 자리는 없어진다. 이대로라면 어느 분야...
깨진 틈새로 빛이 들어온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있다. 무모한 도전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완고한 현실 앞에서 남들은 영리하게 뒤돌아 설 때 무슨 생각에선지 저 혼자서도 그 벽을 향해 돌진해서 부딪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계란이 내 가슴을 치기라도 한 듯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다. 그 기백은 높이 사도 연민을 넘어 칭찬과 동조에까지 이르기는 어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