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내 인생에 야근은 없다
직장인 SNS에서 "야근을 상정하고 하루를 시작하면 일이 느슨해지고 결국 야근을 하게 된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인생에 있어서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노년까지 살 수 있다고 상정하면 인생이 전체적으로 느슨해진다. "책은 은퇴하고 읽으면 되지", "취미는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어", "젊을...
피가 흐르는 곳에, 마음이 머무는 곳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특별한 날도 아니다. 그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그분의 얼굴이 생각난다. 유독 그런 날이 있다.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고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는 날. 그럴 때면 나는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를 향해 짧은 편지를 쓴다. 그 행위만으로도 작고 소중한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 / 영화와 소설
나에게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는 오다가다 여기저기에서 꽤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지 싶다. 하지만 매우 미국적인 이름답게 내가 본 몇 편의 영화(쇼생크탈출, 미저리, 그린 마일 정도?)의 원작자라는 것은 이번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소설로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들의 원작은 긴 스토리 전개 상 장편 장르소설이 아니었을까? 이 작가의 ...
홀리듯 읽은 뒤엔 곱씹을 게 한가득
배우 박정민은 <혼모노>를 두고 ‘넷플릭스 왜 보냐’고 했는데, <피가 흐르는 곳에>를 읽으면서 같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그가 왜 ‘이야기의 제왕’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어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대단했다. 홀리듯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엔딩에서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다. 재미와 ...
나를 찾아가는 과정
해리건씨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눈물이 나서 읽기가 힘들었다.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는 건지, 후에 그리워할 대상들을 떠올리면서 눈물이 났던 걸까. 아니면 해리건씨와 행복했던 순간들을 몰입해서 읽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움이 상실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계속 연결되어 있는 느낌, 연결되고 싶으며 ...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삶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척이 다락방에서 자기 죽음을 목격한 후 다짐하듯 되뇌는 장면이었다. "아무 일 없던 거야. 나의 삶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 모두의 삶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아름답고, 그 자체가 하나의 고유한 세계이고, 독립적인 우주'라고 생각하는 척의 신념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죽음이라는 영원한 끝에 도달할 ...
기억의 밀도
2막에서 척이 출장지에서 드럼 소리에 맞춰 낯선 여인과 춤을 추는 장면은 내내 가슴을 뛰게 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여행지나 낯선 곳에서 이름도 모르는 이와 재밌었던 일이 떠올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케미스트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일어날 수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스쳐가는 인연에서 강한 케미스트리가 일어날 때가 있다. 낯선 사람, ...
한 사람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피가 흐르는 곳에 (척의 일생)>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과거의 경험과 굉장히 다르게 기억이 구성되었다. 예를 들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상상하던 게 이렇게 구현되었구나 감탄하면서 봤었는데, <척의 일생>은 공감각적으로 기억이 먼저 구성된 다음에 코멘터리를 읽는 느낌으로 책을 본 느낌이었다. <척의 일생>은 우주와 기억과 시간의 역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