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성숙에 관한 생각
성인/어른이란 속한 공동체에서 맡아야 할 책임을 질 때가 됐음을 아는 사람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기꺼이 맡아 수행함으로써 그때까지 받은 도움과 은혜를 이제는 자신보다 미숙하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미성년과 약자)들에게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성년은 그것을 위한 준비 기간이다.
인공물과 자연
현란한 인공물의 들뜬 아름다움과, 마침내 있어야 할 곳에 안착한 듯한 자연의 아름다움. 고향 같은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익숙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반가움과 안도의 느낌.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깊이도 가늠할 수 없는 물결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내려 가는 게 아니라, 발을 땅에 내려 딛고 한 발 한 발 걸어갈 때 느껴지는 진정성의 감각 내 발로 지...
세상에 다시 매혹되는 법
막스 베버는 근대의 특징을 '마술로부터 풀려남Entzauberung, disenchantment'이라고 봤다. 현대인은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볼 수 있는 눈을 잃었다. 과학은 적어도 원리의 면에서 '모든 것'을 설명했거나 설명해낼 기세이고, 더 이상 '신비'로운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그런 이야기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다. 연일 뉴스를 ...
희망사항
나는 당신이 모호했으면 좋겠다. '웅-' 커피머신은 증기 소리인지 모터 소리인지 하는 그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의 일하는 XX카페에서 말이다. 언젠가 점장님께서 중고차 한 대 값이라며 아껴 쓰라던 커피머신. 나는 그 기계 뒤에 숨어 생각했다.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확히는 이상형을 생각했다. 희망 사항이 있다면, 나는 당신이 모호했으면 좋겠다...
면도날
그건 마치 면도날 같은거다. 얇고 굵고 그런 털을 잘라내는거다. 그러니까 X는 여태 자해 해왔던 것이다. 면도날은 새것으로 교체되고 면도날은 흉터를 만드는 것이다. 푸르고 거멓게, X의 하관은 그렇게 물든 것이다. 살랑거리는 머리카락, 봉숭아처럼 물든 술에 취한 너의 볼처럼 그것들과는 다른 느낌인 것이다. 두 양상은 성질이 다른 것이다. Y의 면도날...
도서관에서
나는 무얼 찾고있는가 김수영 전집을 훑다가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나는 무얼 찾고있는가 일주일간 나 생각했어 나는 무얼 쓰고있는가 자전거 타이어 젖은 흙 떠블유디사공 윤활제 도서관 가는 길 골똘히 나는 무얼 생각하는가 생각하고 생각하는 나 인지했고 바라봤고 또 동반자살을 생각했고 동반자살이 무서웠고 차에 치이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살아내기 ...
자동화 시대 주체로서 글쓰기
자동화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주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 원문: Avoiding the automation of your heart에서 부분 발췌 Z세대를 정의하는 역설: 주체성이 부족하고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주체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젊은 여성들은 종종 자신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지 강조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를 보여준다. 실제...
죽음과 고통에 대하여
제임스 볼드윈,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에 실린 ‘십자가 아래에서’ 중에서 발췌. 우리는 죽음이라는 사실을 기뻐해야 한다. 삶이라는 수수께끼에 열정으로 맞서며 죽음을 얻기로 결심해야 마땅하다. 사람은 각자의 삶에 책임이 있다. 삶이란 우리가 온 곳이자 돌아갈 곳인 어둠 속 작은 등대니까.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그 항해를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