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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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층으로 나뉜 그물망에 입 벌리고 누운 죽은 생선 여럿이서 말라간다. 파리 한 마리가,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한다. 도현이가 "선생님, 짝짓기랑 결혼은 같은건가요?" 하고 물었다. 나는 "아니" 하고 단정했으나 "잘 모르겠네" 라고 고쳐 말했다. 죽은 생선, 비린내 가득한 갯바위에 앉아서 나는 혼인신고를 해야만 짝짓기를 할 수 있나? 곰곰히 ...
글쓰기와 AI와 나
글쓰기에 AI 도움을 받는 게 어때서?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런 의문에 참고가 될 만한 글을 옮긴다. 편리한 AI는 나의 글과 글쓰기와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꿔 놓았던가. 왜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나. 체험담. 원문: I had to unplug from AI to rediscover my love of writing 최...
원근법
세상을 살아 가면서도 시선의 원근법은 얼마나 중요한지.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것이 있고 한걸음 물러났을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만물의 다채로움을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기 위해 우리는 미술관에 간다. 오감도 어떻게 돌보고 가꾸느냐에 따라 그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의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 맑은 눈, 맑은 마음이 중요한 것도 그 때...
관찰, 경이로움, 이야기
아침에 어떤 글을 읽던 중 미국 시인 매리 올리버Mary Oliver의 싯귀가 눈에 들어왔다. 알려진 시들이지만, 오늘 아침 다시 음미하게 된다. 맨눈에는 잡히지 않던 것을 글을 통해 본다. 그래서 나는 읽는가 보다. 주의를 기울여라 놀라라 그것에 대해 말하라 Pay attention Be astonished Tell about it 원문: So...
글쓰기를 놓을 때 잃는 것
직장에서 문서 작업에 AI 활용이 확산하는 것과 함께 학교 교육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AI 의존이 높아져 가면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쓰기는 정신적 고역임에 틀림없고, 그 수고를 덜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그쪽으로 손을 뻗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글쓰기를 학생들이 처음부터 그만둘 때 무엇을 잃게 될까? 분석한 기사 내용을 발췌해 옮긴다. ...
[10줄 소설] 믿음의 더께
"유지수 가는 솔직히 믿는 구석이 있으니깐 지금까지 이렇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지망생 유지수가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논술학원에서 일 같은 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한 뒤 퉁명스럽게 덧붙인 현석이었다. 현석이와 유지수는 나와 어린 시절 극동멘션에서 함께 자란 동네 친구들인데, 우리 바로 윗집에 살던 유지수네 집에는 미국에서 골프 사업을 ...
반응이 아닌 응답
책임(responsibility)은 응답(response)과 연결되어 있다. 응답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대답을 하는 것이지만, 대답을 한다고 해도 응답에 있어서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자신을 향해 오는 행위나 자신이 마주한 사건에 대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응하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방식인 점이 중요하며, 판에 박힌 자동적인 대답밖에 하지 못한다면 ...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않았어도
그 오랜 가부장제(힘 있는 남성이 지배하는 질서)의 긴 역사 터널 속에서도 자기 생각을 잃지 않고 삶을 견디고 돌보고 다른 세상을 꿈꾸며, 당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갔을, 하지만 기록되지 않아 기억되지 못한 여성들이 틀림없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 하면 바꾸어 상상해 보건대, 만약 나 자신이 힘 있는 여성이 지배하는 질서(가모장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