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말은 씨가 되고
말이 씨가 된다는 건 딱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다. 어제 새로운 장소에서 독서 모임을 열면서 멋진 장소를 '기증'하신 호스트님으로부터 작지만 대수롭지 않은 주의의 당부가 있었다. 각자 출입을 위해 받은 방문증은 가급적 지니고 다녀야 한다. 자칫 음식 쓰레기 처리장 비상문 밖으로 나갔다가 닫히는 경우에 방문증이 없으면 들어오지 못해 고립되는 수가...
지렁이
자전거 타고 동쪽으로 20분. 동산을 깎아 만든 2차선 도로가 있다. 터널을 만들 기술이 없을 때 만든 게 분명하다. 일반 육교의 3배는 되어 보이는 폭이 좁은 다리가 있는데, 풀이 무성하고 콘크리트에 금이 많으니까, 누구라도 그리 짐작할 것이다. 굳이 동산을 오르지 않아도 도로와 동산 지면의 높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중국 도...
쾌활한 용기
한 사람이 산책을 나섰다. 그는 기차에 올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저 가까운 곳으로 걷고자 했다. 그에게는 가까운 곳이 멀리 있는 중요한 곳보다 더 의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 것이다. 이 정도는 너그러이 봐줄 만하다. 그의 이름은 토볼트였는데, 그가 실제로 그렇게 불렸건 아니...
마적떼
"Move Fast and Break Things." 마적떼의 구호 같지 않은가.
무플보다 악플?
문학 수업을 듣는 중에 나는 잠시 동안에 딴 생각을 했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어떤 말이든 토해내는 재능이 있다. 게다가 웹 서핑을 하면서 비슷한 말을 지나친 적이 있었으므로, 과묵한 편의 문학도를 대표하여 답했다. "웹에서의 활동이 중요해진 것 같아요. 무플이 낫다고 생각하...
AI와 진정성
AI가 빠르게 일상으로 파고 들면서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적지 않다. 득과 실의 수나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얻고 잃는 것의 의미와 가치다. 얻는 것은 쉽게 눈에 들어 오지만 잃는 것은 잘 알아채기 힘든 경우가 많다. 가치 있는 것일수록 그렇다. 글쓰기를 AI에 의지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얻는 것은 속도와 효율이다. 잃는 것...
황금 같은 5월
오랜만에 클래식 연주회를 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이 이끄는 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였다. 단장인 김민 선생은 올해 84세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현역 바이올리니스트로 무대에 올라 협연한다. 신창용의 피아노 연주가 놀라웠다. 힘이 넘치다가도 섬세하기 그지 없었다.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처음 들었는데 너무너무 좋았다. 왜 천재 소리를 들...
철학의 한 정의
정답이나 해답이 없어 보이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질없다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흔쾌히 나서고 반갑게 맞아들인다. 속좁은 나를 벗어나고 어리석은 잠에서 깨어날 기회가 될 대화로 인도하는 문이자 길이기에. 그런 대화는 끝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 기나긴 여정, 끝모를 이야기를 사랑한다. 그것이 내 삶의 여정이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