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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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눈길이 머문 장면이나 모습, 떠오른 느낌과 생각의 릴레이
풀잎
2개월 전
비온 뒤 함초롬히 물기 머금은 풀잎 끝에서 전해오는 팽팽한 생명의 기운. 그래,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 뭔지는 몰라도, 뭐가 됐든.
생물학적인 생이 있고 생각의 체로 걸러진 삶이 있다. 체의 눈이 촘촘할수록 삶의 밀도는 높아진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 맨발로 서서 멀리 떠오르는 해를 향해 두 손을 나란히 올리고 부동 자세로 있는 나... (더보기)
빗소리 들으며 차를 마시다가
2개월 전
모처럼 인사동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 찻집이 예사롭지 않았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주인이 차를 손님 앞에서 직접 우려내 대접하는 곳이었다. 차를 마시는 동안 밖에서 후두두둑 소나기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비에 옷이 젖을 염려라고는 없는 안전한 피신처 같은 곳에서 지붕이나 처마로 때리듯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 (더보기)
찔레꽃의 인사
2개월 전
산책길 저편 구석에 한 무더기 초록 잎들 사이로 작은 흰색 꽃이 귀엽게 피어난 것을 봤다. 가운데 노란 술도 살짝 보인다. 손톱만 한 꽃잎이 4-5장쯤 될까, 해맑고 단정해서 곱다. 검색해 보니 찔레꽃이다. 글이나 노래 가사로만 듣고 어떤 꽃인지는 확인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꽃은 꽃대로 보고도 무심히 지나쳤던 것을 오늘에야 실물과 이름... (더보기)
X레이로 인간을 안다 할 수 있나
2개월 전
저편에서 까치들이 유난히 시끄럽게 짖는다. 말 그대로 떼로 짖고 있다. 이런 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가갔다. 가만히 보니 나무 아랫쪽에 뭔가가 보인다. 크지 않은 짐승이 웅크리고 있다. 검정에 가까운 짙은 회색의 고양이다. 비를 피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에 까치들이 분주하게 모여든다. 용감한 녀석은 고양이 가까이까지 다가가서... (더보기)
아이스크림 스쿱
2개월 전
오래전 할머니는 밥이 다 되어 솥에 김이 모락모락 날 때쯤이면 가장 먼저 아버지 전용 밥그릇에 밥을 수북히 퍼 담아서는 아랫목에 묻어 두곤 하셨다. 어머니 역시 뭔가 따로 먹을 것이 생기면 맨 먼저 맏아들 몫을 따로 챙겨 두시는 게 몸에 밴 듯했다. 그럴 때는 날 선 매의 눈이 되는 동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는 원망스럽게도 일... (더보기)
저항에 관한 단상
2개월 전
팔과 다리를 저어 나아갈 때 물의 저항이 없다면 수영의 즐거움이 있을까.
들과 산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다면 트래킹의 맛이 있을까.
밀고 당기고 들어 올리는 운동 기구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심지어 편하기만 하다면 헬스장에 갈 필요가 있을까.
글이든 책이든 쉽기만 하다면 읽고 싶을까.
둘러보니 저항이 없는 곳이 없고, 그런 곳마다 저항... (더보기)
선물의 순환
2개월 전
고요한 곳에 왔다.
비온 뒤라 모든 것이 차분하다.
바람도 별로 없다.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 같아 좋다.
이렇게 마음이 중심으로 모일 때 나는 나인 것 같다.
평소에 얼마나 산만하게 지내는지 알겠다.
정신없이 산다는 말이 뭔지도.
우리는 삶을 이야기로 이해하고 살아간다.
개인의 자전적 서사는 집단적 삶의 이야기를 밑그림으로 한다.
집단적 ... (더보기)
안개비의 운치
2개월 전
우중 산책.
비오는 날 이른 산책이 좋다.
우산을 들고 나갔지만 맞아도 좋을 정도의 가는 비가 오는 둥 마는 둥했다.
화창한 맑은 날이야 물론 좋지만 이런 정도의 흐린 날의 촉촉함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다. (적어도 지금 내 기분엔 그렇다)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시시각각의 계절의 변화가 좋다.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 (더보기)